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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위의 문장들-헨리데이비드 소로우외/윤희기 옮김

샘솟는 기쁨 2013. 12. 14. 14:37

데이비드 핸리 소로우편

 

언젠가는 태양이 이전보다 더 환한 빛으로 우리를 비추겠지요.  우리마음과 가슴에도 그 밝은 빛을 뿌려줄 겁니다.  그리고 위대한 각성의 빛으로,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는 빛으로 우리의 온 삶을 밝혀줄 겁니다.

가을날 강 기슭에 비치는 온화하고 평화로운 황금빛 햇살처럼.

 

-

 

어떤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면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산책할 때는 온전한 정신으로 맑게 깨어 있으려고 합니다.

숲 바깥의 일을 생각한다면 숲에 있어 봤자 무슨 소용일까요?

 

월트휘트먼편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라리라.  저 드넓은 길을 힘차고 자유롭게, 내 앞에 펼쳐진 세상,

내 발길  가는 곳이 어디든 길게 이어진 갈색의 길

 

떠나는 길에 나는 행운을 바라지 않으리-

나 자신이 행운이니 더는 투덜거리지도 지체하지도 않으리, 아무것도 필요치 않으니,

하여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이 광활한 길을 떠나네.

대지- 그것으로 충분하다네

별 무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길 굳이 원치 않음은

제 자리에 있는 그들이 보기 좋으니,

그 별자리에 속한 사람들에게 족하면 그뿐이니.

 

그러나 이 길 위로 나는 오래된 짐 꾸러미들 흔쾌히 지고 가리니,

남자와 여자들, 그 짐들을- 어디로 가든 그 짐들과 동행하리니

맹세코 그들을 저 버릴 수 없기에,

그들로 인해 내 삶이 충만하니,

이젠 보답으로 그들 삶을 충만케 하기위해,

 

이 시간 이후론 자유!

 

이 시간 이후로 나는 나 자신에게 명하노라,

한계나 상상의 경계에서 벗어나라고,

절대 흔들림 없이  온전하게, 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나는 내 마음 이 끄는 곳으로 가리니,

다른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잘 헤아리면서

잠시 멈추고, 찾아보고, 받아들이고, 깊이생각하면서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한 의지로 나를 그속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 나리니,

 

나는 길을 가며 그대와 동행이 되리라.

나는 길을 가며 선남선녀들에게 나 자신을 흩뿌리리라.

그들에게 투박하나마 따뜻한 마음과 새로운

기쁨을 던져 주리라.

누가 나를 거부해도 개의치 않으리라.

누가 나를 받아 준다면 그 사람은 축복을 받을 것이고,

그도 나에게 축복을 내리리라.

 

지금 나는 모든 철학과 종교를 다시 점검해 본다.

그것들이 강의실에서는 나름의 주장을 잘 입증할지 모르나

너른 하늘에 퍼진 거대한 구름

아래와 스쳐지나는 풍경과 물줄기 옆에서는 내세울 것이 없으리라.

 

이곳엔 깨달음도 있어라.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 그 사람은 이곳에서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깨닫는다.

과거, 미래, 위엄, 사랑- 이 안에 당신이 있고, 당신 안에 이것들이 있으니.

 

만물의 알맹이들만이 살찌고 있으니

그대와 나를 위해 껍데기 떼어낸 자, 그사람 어디에 있는가?

술책 내다 버리고 그대와 나를 감싸 안은자, 그 사람

어디에 있는가?

 

이곳엔 애착도 있어라- 이미 만드어진 것이 아닌- 때맞춰 이루어진 애착.

그대 아는가 지나가는 길에 낯선 이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대 아는가.  눈길 돌려 바라보는 이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여기 영혼의 분출이 있다.

내면에서 생겨나 수목이 드리운 대문을 지나 계속 물음을 던지며

흘러 나오는 영혼,

이 여망들, 무슨 까닭인가?  어둠 속의 이 생각들,

무슨 까닭인가?

아 선남선녀들,  내 곁에 있으면 햇빛이 내 혈기를

더욱 팽창시비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들이 내 곁을 떠나면 팽팽하게 달리던 내 기쁨의

삼각 깃발이 축 늘어져 힘없이 떨어지는 까닭은?

내가 그 밑으로 지나가지 않아도 나무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생각들을 나 머리 위로 늘어 뜨리는 까닭은?

 

몇차례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한 해가 저물고 궁금 하듯 또 한 해가 얼굴 내밀어도-

계속 여행하는 자들,

마치 동행이 있는 것처럼 변모하는 자신의 모습을 안고

계속 여행하는 자들,

 

지극할 정도의 느긋함을 여자다운 고운 마음에 담아

길을 나선 여인네들,

고매한 인품을 지닌 노년의 여행객들,

웅대한 우주의 숨결을 받아 평온하니

넉넉한 마음을 지닌 노인들,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흔쾌히 자유로 받아들이며 유유히

지나가는 노년의 사람들.

 

자, 가자꾸나,  시작이 없었으니 끝이 없는 길이라도

그 곳을 향해, 낮에는 힘찬 발걸음 내 딛고 밤에는 쉬면서

그들이 나아가는 여행길에 모두 하나가 되도록,

그들이 맞이하는 낮과 밤이

더 나은 여행음에 모두 하나가 되도록,

그들이 맞이하는 낮과 밤이

더 나은 여행을 시작하는 가운데 또다시 하나가 되도록

 

사람을 만나면 그들의 뇌에서 마음을 끌어내고-

그들의 가슴에선 사랑을 끌어내도록 하라,

 

사랑하는 이를 뒤에 남겨 두었어도 길 위에

사랑하는 이가 그대와 함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우주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을-여러 길임을-

여행하는 영혼을 위한 길임을 알도록 하자.

 

보라,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 없는 그대의 내면을,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춤을 추고 먹고 마시는 그 속을,

의상과 장식물 안을,깨끗이 씻어 치장한 얼굴 그 안을

보라,  말없이 은밀하게 드러나는 혐오와 절망을,

 

그 고백을 들려줄 만큼 믿을 만한 남편도 없고,

아내도 없고,  친구도 없으니

모든 이들의 복제품인 또 다른 자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복하며 나아간다.

 

관습을 따르되 자기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다른 것은 말하되 자신에 대해서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나의 아이여!  내 손을 잡아라!

나 그대에게 돈보다  더 귀한 사랑을 줄 테니,

설교나 법에 앞서 나 그대에게 나 자신을

내보여 줄 테니.

그대도 나에게 그대 자신을 보여주지 않을 텐가?

나와 동행이 되어 길을 나서지 않겠나?

 

우리 살아 있는 동안 서로를 굳게 믿으며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

 

나는 생각한다.

영웅적 행위는 모두가 확 트인 대기 속에서 구상되었다고,

모든 위대한 시 역시 그러하다.

나도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고 기적을 행할 수 있으리라.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가리라, 저 드넓은 길을.

 

갈가의 환희-존버러스

 

존버러스

미국 수필가.  많은 고전적 자연주의 수필집을 남겼으며

시인 휘트먼 연구에서도 업적을 남겼다.

거의 전생애에 걸쳐 자연 탐사 여행을 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고, 반대로 틈만나면 차를 타려는 사람들

뒤에는 침울한 그림자가 따른다.

 

걷는 사람은 명랑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세익스피어-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또 걸어

울타리 계단을 신나게 뛰어 올라라

명랑한 아이는 그렇게 온종일 다니지만

슬픈 아이는 얼마 못가 금방 지치겠지'

-겨울이야기  중에서-

 

사람의 몸은 건강한 말과 같아서 가벼운 기수를

태웠을 때 더 자유롭고, 더 멀리 달릴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가벼운 기수는 유쾌한 마음이다.

 

실로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무거운 마음이 아닐까

그 다음으로 걷는 사람이 짐스럽게 여기는 것은 몸과 완벽하게 조화되지 않는 마음,

다시 말해 마지 못해 하거나 내키지 않아 하는 마음이다.

말과 기수가 조화롭게 달리기 위해서는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할 뿐만아니라 기수의 경쾌한 마음과 뛰려는 열정이

말에게 전해져 우러나야 한다.

 

주변 사정이 조금 좋아져 슬픔을 밀어내고

나면 우리는 다시 근심걱정을 시작한다.

오지 않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저당 잡힌 채로 허둥지둥 서두르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하지만 걷는 일은 약을 먹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쓴맛이나 고통을 줄여준다.

고민이 크고 힘들수록 우리는 그 약의 가치를 더욱더 믿게 된다.

더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의 맛이 느껴지는 계절의 소풍, 그렇게 걷기를 계속할 수록

더 힘이 나 즐거워지고,  길가와 들판, 숲의 풍경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진이나 예술 작품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시간, 그리하여 몇 십 리의 긴 거리가 맑은 정신과 샘솟는 체력으로 단숨에 걷게 될 때

느끼는 놀라우,  우리는 이 모든 길위의 유희와 즐거움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한다.

 

영국인들은 적어도 우리보다 검소하게 생활하고

담백한 음식을 먹으며, 소박하게 입고,

간소한 집에서 산다.  그들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고 크고 멋없는 신발을 신는다.

이 모든것은 보행자의 습성때문이다.

 

걷는 이는 활기 넘치고 민첩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연다.

그는 누구도 낮추어 보지 않고 보통 사람들과 함께한다.

그의 모공은 완전히 열려있고, 혈액 순환이 활발해 소화를 잘 시키며,

심장은 뜨겁고 다른 모든 신체기능도 깨어 있다.

그는 진정한 여행자다.

오로지 그만이 "길 위의 즐겁고 상쾌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그는 결코 소외되지 않고,

언제나 주변의 모든것과 하나가 되고,

손으로 하는 모든 일과 동화된다.

생기 넘치는 우주의 흐름이 그를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의 땅이 살아 있음을 알고, 만물으 고요한 언어를 읽는다.

 

그의 감각은 완전히 깨어 있어 모든것과 교감하고 끊임없이 마음에 신호를 보낸다.

바람, 서리 ,비, 더위, 추위,도 모두 그에게 중요한 것들이다.

그는 단순히 자연의 파노라마를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 참여한다.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 참여한다.

그는 지나쳐가는 시골의 모든 것을 맛보고, 느끼고 ,받아 들여 경험한다.

 

길을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쉽게 옆에 서 걷는이의 진심을 보게 된다.

모든 체면치레와 거짓행세를 그만두고, 모공이 열림에 따라 마음도 꾸밈없이

길 위에 놓일 테니까.

그때 가장 깊이 숨겨둔 비밀스러운 자아가 나타난다.

그런 식으로 함께 걷는이는 도저히 나쁜 짓을 할 수 없을 테니 마음을 놓아도 좋다.

아무리 낯선 사람일지라도 열걸음 이상을 함께 걸으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기에,

우리가 설령 같은 초원에서 나란히 서 있다 할지라도, 내 눈은 당신과

다른 풍경을 볼 것이며, 내 심장 또한 당신의 심장과 다른 방식으로 펄떡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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