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를 위한 소곡2
너는 늦가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겨울 바짝 마른 몸으로 떠나갔어.
.................우리 잠.시. 헤어지자.
헤어짐이 잠간 동안의 이별인지
다시 만날 기약인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인지
기억에서조차 사라지는 헤어짐인지 묻지 말고
우.리. 헤.어.지.자.....................
너는 스며드는 눈길로 그렇게 잔정을 뻗더니
그만 뺄 수 없는 손길이 되고
네가 떠난 지금은 상처로 남은 것 같아.
너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
내 가슴에 손가락 퍽퍽 찔러가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
안으면 안을수록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
흔들림으로 너는 너를 뻗어 올라 내게 그림자를 남겼고
팽팽함으로 나는 나를 버텨 차가운 방을 하나 찾았을 뿐이야.
아직은 추억하는 일조차 힘든 시간이야.
이제 앙상한 줄기로 남은 너에게
그 자리에 서서 화살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맞고 있는 내가
고백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내가 서있는 이유를 알려주었고
처음으로 추운 바람과 맞댄 바깥벽, 그 안을 들여다보는 법을 알려 주었어.
바깥벽, 그 안에는 따뜻하게 잠잘 수 있는 방이 있던 거야.
바깥벽이 있으므로 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
아궁이에 불 지펴 따뜻한 방을 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어.
지금은 바깥벽을 고치기보다는 벽이 만든 방을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중이야.
너도 네 몸 줄기가 뜨거워지도록 네 뿌리를 더 질러 넣었으면 좋겠어.
땅 속에서 온기를 얻어 네 안이 따뜻해 졌으면 좋겠어.
이제 나는 네가 뻗을 수 있는 길이 되고 싶어.
그림자조차 허락하기 싫어하던 네가 내게 그림자를 드리워
내가 <네. 그.림.자.를. 받.쳐.줄. 나.>를 찾은 것처럼........
이제 나는 네가 차가운 날을 지낼 수 있는 온기도 갖고 싶어.
흐느끼는 울음소리로 내 빈방을 울려 주어
내가 <내. 안.의. 따.뜻.한. 방.>에 불 지펴 살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이야.
그림자조차 허락하지 않던 네가 그림자를 받쳐 줄 나를 알고
울음소리조차 삼키던 네가 울음을 들어줄 나를 알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내게 주었던 상처도 내 빈방을 찾아오는 새로운 손님이 되고
송곳처럼 파고들던 아픔이 방안을 덥혀주는 온기가 되었어.
너는 내 허름한 몸을 가려주는 옷이 되고 있어.
지금은 너에게 봄날 싹트는 씨앗하나 선물하고 싶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