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사랑 - 장시하
<1>
이별 이후 언제나 한겹 눈물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다
세상은 흐릿하였다 그대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기만 한데...
지독하리만치 그 사람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하고 사랑이 사람을 또 얼마나 아프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지워버려, 잊어버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야 하며 내게 전해주던 충고와 위안들이 내게 더 커다란 아픔이 되고 눈물이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 잊혀지겠지 그러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은... 그러다 한 계절이 바뀌면 잊혀지겠지 자위해 보았다
그 자위의 시간 속에 한 해가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떠나보낼 즈음
나는 그 사람을 떠나 보낸 그 강가에 눈이 펑펑 내리는 밤 나도 펑펑 울고 있었다 야속하기만 한 하늘 아래 그 강물을 바라보며 펑펑 울어야만 했다
서서히 내게 그녀만의 자리가 더욱더 커져만 갔고 그러다가 모든 나의 자리를 그녀에게 내어주어야만 했다 내게 사랑이란 말을 가르쳐주었던 사람 벙어리새가 되어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었다

<2>
세상 사람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모두가 하는 말처럼 쉽게 잊고 쉽게 쉽게 지워버리고
때론 핑크빛 추억의 아련함으로 때론 카키색 설움의 석고상처럼 때론 순백의 눈꽃처럼 내 영혼을 춤추게 하던 사람 하나 오직 너만을 사랑해야 하는...
언제인지 모를 또 다른 오늘이 오면 오늘의 시를 다시 적고 있겠지 우리 헤어진 그 강가에서 다시 오늘을 그리워하고 다시 오늘을 눈물겨워하겠지
그 그리움과 눈물겨움 속에 내 가슴 깊이 각인된 오직 한 사람 부여잡고 그날 밤 그 강가에 서있겠지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슬픈 가슴 안고 울고 있는 사람이 서있겠지...
*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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