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바보
모든 언덕은 그리움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거기 개망초가 어지럽게 피어 있고
이따금 한 무더기 바람이라도 지나가면
잊혀진 이름들이 떠오르지요.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개망초들 나지막이 속삭이면서
물기 어린 음표들로 흔들립니다.
집필중 이상무.
<물기 어린 음표들로 안부를 묻다>, 13쪽
하늘은 날마다 아름답지만 날마다 푸르지는 않다. 더러는 천둥이나 벼락을 칠 때도 있다. 가는 말이 고와도 오는 말이 더럽다면 용서가 오히려 죄악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질타가 자비일 수도 있듯이.
나의 글이 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만든다. 고백컨대 철딱서니없던 시절에는 나도 유사한 치기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이 지금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악질적 존재에게도 아름다운 마음의 본성이 간직되어 있음을.
<마음의 본성>, 29쪽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도 아름다운 자이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도 아름다운 자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의 깊이를 더해도 이내 깨닫게 됩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도 행복한 자이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도 행복한 자라는 사실을.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말은 누구나 사랑을 주고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절하다고 모든 소망이 성사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입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사랑을 느낄 수 없으며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인간은 행복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절한 소망>, 34쪽
사랑과 행복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속한 안목, 통속한 인간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자신을 두둔하거나 변명하지 말라. 책을 읽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 사랑과 행복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콘크리트 전봇대에서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나 진배없다. 만약 콘크리트 전봇대에서 꽃이 피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모든 소설가들이 무용지물로 전락해 버리는 날이다.
― <사랑 탄생의 비밀>, 91쪽
정선의 어느 터미널.
연세가 많으신 노인 한 분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벽에는 금연이라는 글씨가 붉은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지요.
경찰관 : 여기서는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됩니다.
노 인 : 내 담배를 내가 피우는데 왜 안 된다는 말이오.
경찰관 : 여기서는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노 인 : 그럼 당신은 통일법을 정해놓으면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 <어불성설>, 114쪽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인간은 되지 못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인간은 되지 말아야겠지요. 자신의 실수나 결함을 변명하고 치장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발전과 성공이 등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세상이 진정 맑아지기를 기대한다면 먼저 나부터 맑아지기를 기대해야겠지요.
― <나부터 맑아지기>, 19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