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살아간다는 것은..

샘솟는 기쁨 2008. 3. 24. 02:29

울고 있느냐.     
                               이외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할것을 ..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 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라.  
내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라.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라.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라.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