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정신의 진화

샘솟는 기쁨 2008. 11. 16. 11:38
 
정신의 진화 - 5

5. 인식이란 학습된 현상이다.  
만일 모든 인간이 어떤 경험에 대해서 
똑같은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면, 
의식의 힘은 우리의 삶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분명히 일어날 리가 없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똑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일은 없다. 
당신 애인의 얼굴이 나의 가장 미운 적일 수도 있고,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나에게는 구역질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각 개인의 반응들은 반드시 학습된 것이다. 
여기서 개인의 차이가 비롯된다. 
학습 행위는 마음을 매우 활발히 사용하는 것으로, 
신체에 매우 활발한 변화를 일으킨다. 
사랑, 증오, 기쁨, 혐오 등의 인식은 신체에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방향의 자극을 준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몸은 우리가 태어난 이래로 배운 
모든 해석방식의 육체적 산물인 것이다.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은 신장이나 간, 심장 등을 
기증 받은 후에 괴이한 경험을 했다는 보고를 해 온다.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은 기증자의 기억 속에 끌려들어 가기 시작한다. 
사람의 체내에 다른 사람의 신체 조직이 이식되면 
그 사람의 대인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번은 심장이식 수술을 한 어떤 여성이 잠을 자다 깨어났는데, 
갑자기 맥주와 통닭을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일어났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전에는 그런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미라는 젊은 남자가 
나타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하고부터 그녀는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죽은 심장 기증자의 신상을 조사해 보았다. 
그녀가 그의 가족을 만나본 결과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티미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맥주를 매우 즐겼으며 맥도널드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초자연적인 설명을 찾기보다 
우리의 신체는 경험이 육체적 표현으로 변형된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예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이란 우리가 '육화'시키는 어떤 것이므로 
우리 몸의 세포 속에는 우리의 기억이 주입되어 있으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세포를 받는다는 것은 
동시에 그 사람의 기억도 받는 것이 된다. 
당신의 몸 세포는 끊임없이 경험을 처리하고 
그것을 당신의 개인적 관점에 의거하여 
대사 작용으로 변환시킨다. 당신은 단순히 원시 데이터를 
눈과 귀를 통해 통과시키고 거기에 판단의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그것을 내화하면서 
실제로 자신이 그 해석 자체로 '변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어서 실의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몸 구석구석으로 
그 슬픔을 투사한다. 즉, 대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고 호르몬의 양이 떨어지며, 수면 주기가 혼란해지고, 
피부세포의 표피층에 있는 뉴로펩티드 수용체가 교란되고, 
혈액 속의 혈소판이 끈적끈적해져서 덩어리가 되기가 
더 쉬워지며, 눈물조차 기뻐할 때의 눈물과는 
다른 화학성분을 보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면 이 모든 생화학적 양상이 
극적으로 바뀌며, 만일 그 직장이 매우 만족스럽다면 
그의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수용체, 
그리고 DNA 자체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필수 생화학물질들은 
갑작스럽게 상황이 호전되었음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DNA를 유전정보가 저장된 잠겨진 창고로 생각하지만, 
작용상 쌍둥이인 RNA는 매일매일의 상황에 반응하고 있다. 
의과대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암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인 인터루킨(interlukin) 2의 
수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 인터루킨2의 생산은 
전령 RNA(messenger RNA)에 의해 제어되는데, 
이것은 시험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걱정이 유전자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점은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상태의 신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역설해 주고 있다. 
의과대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걱정은 실업자의 걱정처럼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러나 노화현상만은 날마다 대면해야만 한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당신의 해석이 향후 40, 50년, 
혹은 60년 동안에 일어날 일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경학적으로 말하자면, 뇌의 신호는 한같 물결치는 
에너지의 결합이다. 당신이 혼수상태에 있다면 
이 신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신이 깨어서 
정신을 차리고 있다면 그 신호는 무한히 창조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극 중에서 
'우리는 꿈과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하는 
프로스페로의 대사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인체란 대뇌신호가 3차원적으로 투사되어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상태로 변형된 것, 
즉 현실화된 꿈과도 같다. 
노화란 일련의 오도된 변형, 즉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자기쇄신의 과정이 옆길로 샌 것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이 육체상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먼저 
우리의 의식 - 우리 마음속의 의식이든 
세포 속의 의식이든 상관없다 - 이 옆길로 샌 것이다. 
우리는 자기가 어떻게 이처럼 옆길로 새게 되었는지를 
깨달음으로써 체내의 생화학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의식을 벗어나면 생화학 작용은 없다. 
우리 몸 안의 모든 세포들은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자신은 무차별로 냉혹하게 
몸을 허물어뜨리는 세월의 제물이라고 생각하던 
환상은 깨끗이 떨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