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수다

나도 꽃

샘솟는 기쁨 2014. 4. 7. 13:50

 

                                                                                                                         

  온 세상이 꽃으로 피어오른다.

어느새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새싹들은 조금씩 초록색으로 들판을 덮어 나간다. 봄바람 따라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린다.

기회를 놓칠세라 초등학교친구들과 경주로 꽃구경을 갔다.

 

  봄이 품에 안길 듯 다가서더니 다시 뒤돌아선 것처럼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마음 들뜬 아줌마들은 위에 걸친 옷들을 훌훌 벗는다. 울산에서 합류한 친구들은 그동안 아프다고 하더니..목소리가 팔팔하게 뛴다. 아줌마들 특권인 수다가 시작되면서, 자지러지게 웃고 떠드는 사이 경주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유난히 많은 꽃들이 피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도 찍고, 오랫동안 호숫가를 거닐었다.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벚꽃들은 터널을 연출했다. 그 모습을 보러온 사람들로 경주 곳곳은 붐볐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에 우리들은 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오랜만에 마주앉은 친구들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구비 구비 걸어온 삶의 굴곡이 얼굴에 나타나 있다.

결혼해서 시동생과 단칸방에서 지낸 일, 예물 하나 없이 올린 결혼식, 연탄 갈며 아이 키우던 시절, 암수술을 겪은 일, 자식을 앞세운 아픔... 등등 거칠었던 지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친구들의 얼굴주름을 보며 내 나이를 실감하고, 서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느는 걸 보며, 어느덧 바람처럼 지나간 세월이 느껴진다. 그러나 묵묵히 비바람을 견뎌온 나무처럼 점점 나이 들고 연륜이 쌓여 세월이 주는 편안함도 있다.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며 우리의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웬만한 일은 속아주고, 눈감아 주며 여유로운 웃음으로 넘긴다.

그리고 남들의 이목 때문에 해보지 못한 것도 무대포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렇듯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우리의 지금 이대로 모습이 참 좋다.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사랑하며 살아온 세월이 바깥 풍경처럼 아름답게 지나간다.

그때그때 피었다가 지는 저 꽃처럼 지나간 청춘을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걸음으로 힘차게 살아가는 서로를 대견해 하면서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신비로운 계절의 움직임을 보며, 새삼 나는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어떤 색깔로 피었나?

나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이 생을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많은걸 깨닫고 체험하고 싶다. 그리고 엉뚱한 곳에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뇌 망상을 삼가고 소풍 온 듯 살피고 ,즐기며 웃고 살아야겠다. 사람은 웃는 모습이 꽃핀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도 활짝 핀 목련꽃 같이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