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쓴 '모닝페이지'
평범한 일상을 덮고, 또 다른 문을 열어제쳤다.
낯선땅 스페인으로 왔다.
스팩터클한 인생여정의 시간이 시작 될 듯 하다.
인천-카타르-마드리드
장장 18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왔더니 피곤이 몰려와 일찍 잠이들었다.
시차 때문에 새벽 2시에 깨어서 창문으로 새어 든 달빛을 보았다.
머나먼 지구촌 귀퉁이까지 따라온 금빛 달은 익숙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어릴적 내 등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저 달이
저녁예배를 마치고 올때도, 천방둑길을 걸을 때도 말없이 내 발길 닿는 곳마다 환하게
비춰주던 수호신 같은 부드러운 눈빛..
스페인의 밤 정적 속에서 보니 또 다른 감정이 인다.
드디어 용기 하나로 시작해 마드리드에서 첫날을 보냈구나.
그리고 모닝페이지의 첫줄...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써 보는 아침 일기.
변경연에서 쓰는 오늘의 첫 일기가 앞으로 계속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느긋한 속력으로 가도록 자유로운 발걸음으로 놔 줄 생각이다.
12일 동안이나마 나를 재촉하지 않고 어떤 것이든 나를 조여드는 생각들이 있다면 과감히 끊어 버리고
훨훨 풀어 주리라.
갑갑했던 가슴아 마음껏 날뛰어 놀아라.
한계와 범위를 정해 놓고 일탈을 허용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다
풀어 헤쳐라.
스페인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표현 따라
내 몸과 맘도 내 감정에 충실하게 놓아주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 반복되는 일상이 기다릴 것이다.
같은 환경이, 싱거운 삶이 기다릴지라도 그것을 받아 들이는 내 생각이 나를 자유케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된다면 나의 삶은 나 다움으로 한 걸음 나아 가겠지.
어제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손을 흔드는데,
그의 뒷편에서 눈물을 훔치며 한 여인이 애틋하게 내 앞의 남자에게 손을 흔드는 광경을 보았다.
내 눈까지 촉촉해오는 이 마음 아픔은 뭘까.
휴계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는 중동으로 일 떠나는 가장임을 알았다.
6개월 계약으로 일하러 간단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년의 그 남자.
먼길 떠나 보내는 남편을 향해 마음을 흔드는 손짓
부부의 그 심정이 헤아려졌다. 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모두...
스페인 광장에서 통바지를 샀다. 두고 두고 기념될 것이다.
다리 사이로 바람을 일으키며 쏘댕길 때마다...ㅎㅎ
2014. 10. 7. 스페인 시간 오전 7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