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수다

론다,네르하

샘솟는 기쁨 2014. 10. 12. 07:30

세비야를 떠나 론다로 이동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위에 세워진 누에보 다리는

마르딘 데 알데우엘라가 라는 건축가가  40년 동안 공사해서 1793년 완공했다. 공사를 끝낸 그는 이 다리에서 추락사했다.

다리 측면에 완공 날짜를 새기려다 추락 했다는 설도 있고, 바람에 날려 가는 모자를 주우려다 추락했다는 설도 있다.

스페인 내전 때는 수많은 포로들을 이 다리에서 밀어서 죽게 했다고도 한다.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다리밑으로 내려와 올려다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

폭포수가 흘러 내리는 것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헤밍웨이 거리를  한 바퀴 걷고 투우장 외부까지 관람후 자유 시간을 만끽했다.

 

점심을 먹은 후

네르하로 이동중 우리가 탄 버스의 에어컨이 고장나서 기사 헤수스가

손에 검정 기름을 뭍혀가며 애쓰는 걸 보니 남편 생각이 났다.

늘 저렇게 손에 기름 칠하며 땀 흘리며 몸 사리지 않는

그 이를 곁에서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한 것이 죄스러워졌다.

이제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르하 해변에 있는 유럽의 발코니라는 전망대는 올라가다 포기했다.

교수님과 로이스는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가서 사진1장을 건져 왔다.

해변을 맨발로 거닐다 새 모양의 조약돌을 주웠다

모두들 행운의 돌이라고 환호했다.

 

이제 일행들에 대해 파악이 되고 그들이 살아온 삶도 조금씩보인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배울점이 많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속력으로 가고 있었던 지방 사람들 속에 속한 나.

나름- 바쁘게 살았는 줄 알았는데 이들을 보니 어림도 없다. 느림보였다.

 

그라나다에서

저녁 7시 플라멩코 공연을 봤다.

춤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충격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가슴을 관통하는 듯 짜릿한 카리스마를 뿜어 냈다.

모두들 그들의 매혹적인 발 놀림과 손 동작에 홈빡 빠졌다.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이제껏 이렇게 강렬한 춤사위는 보지 못했다. 스페인 사람들을 아니 짚시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풀라멩코를 추는 남자.

온몸으로 그의 삶을 표현하는 듯 몸의 비틀림을 따라 내 눈길을 한 순간도 놓칠 수 없게 했다.

매력이 철철 넘쳤다.

짚시여인들의 춤, 플라멩코,..그 매력에 점점 더 미치게 흡수되던

황홀한 저녁 시간이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또 다시 택시를 타고

알함브라의 야경을 보러 알바이신 언덕으로 갔다.

우리 10명의 코리안들은 알함브라 맞은편 카페로 들어가 야경을 보며 상글리아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바람이 불고 추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알함브라궁전의 야경을 마주하고

준비해온 쏘주를 마셨다. 플라멩코 음악을 틀고 흥을 다시 재현했다.

짚시들처럼...

마침 달이 비추고 달빛을 받은 금빛 도금이 된 알함브라궁전과 우리들..

노래를 부르며 돗자리를 깔았다.

동성연애자들의 애정행각을 보며 교수님은 훈초에게 잘해 줄께 이리와를 연발해..

기겁하고 도망가고 잡으러 가는걸 반복하며 웃겨서 뒤로 넘어가게 했다.

깻잎과 장아찌도 서로 입에 넣어 주며 .. 광란은 계속 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들을 두고 난 일행 4명과 함께 미리왔다.

 

또 다른 내일이 기대된다.

오늘은 호텔방에서 모닝페이지를 적는다.

아마 내 속, 내 안에도 짚시의 피가 흐르고 스페인 사람들의 여흥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스페인 사람들이 점점 내게로 점령해 온다.

그들이 좋다.

스페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