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솟는 기쁨 2007. 11. 29. 13:46

꽃보다 붉은 상처

 

      그 때, 우리는
      사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잠시 쓸쓸한 등을 서로 기댔을 뿐
      서로 다른 하늘에서
      제각기 빛나던 별이였습니다.
      그 별들, 이 땅에 내려 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의 봄날을 보면서
      사랑 보다 먼저
      이별이 캄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잊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숨을 거두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당신과의 짧은 만남이
      들풀처럼 돋아나도
      끝내 눈물조차 보이지 않겠습니다.
      한 순간의 만남이
      꽃보다 붉은 상처가 될 줄을
      그 때는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