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

삶을 위한 변명1

샘솟는 기쁨 2009. 4. 8. 05:53

삶을 위한 변명- 두려움  

내가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이세상에서 단 한사람도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도 한때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고 사람을 들이듯, 따뜻한 가슴으로 이 세상의 그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에 황량한 모랫바람만이 불고 있습니다.

마음에 자꾸 모래알만 가득 차고 있습니다.

한때는 내가 만든 따뜻한 방에 사람이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람을 방에서 내 보내기가 무척 싫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떠났습니다. 찬 냉기가 방안 가득 돌더니 이내 황량한 바람이 문풍지를 찢었고 찢어진 틈새로 흙먼지 날아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사람이 들지 않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손에 쥐었던 뜨거운 조약돌의 약속이라든가 새끼손가락 걸며 했던 사랑의 맹서라든가 등굽은 아버지의 등너머에 있던 슬픈 사연 등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한때는 약속과 맹서와 사연과, 그리고 곡절많은 인연과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새벽 단잠을 설쳤습니다. 하지만 세월따라 풍문따라 수많은 사연과 인연이 찾아들었고 피로 적었던 약속은 자꾸 자꾸 잊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후로 약속은 추억으로 변하고 약속하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매일 약속하며 살았던 삶에 대해 버거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욕심만 키우고 버리고 나누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꾸 움켜쥐며 자꾸 가두어 두고 쌓아두어 먼지 가득한 창고를 짓는 일입니다.

오래된 골동품이나 아주 오래된 흑백사진이나 빛바랜 연애편지나 두어야 할 곳에 자꾸 욕심으로 만든 물건들을 쌓아두는 일입니다.

한때는 쌓아두기보다 멀리 떠나보내기를 좋아했습니다.

연을 날리며 꿈을 세상으로 떠나 보내기를 좋아했고 시선을 먼 지평선 너머까지 보내기를 좋아했습니다.

산 능선을 넘어 너른 풀판을 보기를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눈앞에 것만을 보고 자꾸 움츠러들어 내 안의 사막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꾸 내 안의 사막을 보면서 사라진 낙타를 그리워하는 일입니다.

 

-여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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